1주년

영화 연작 - 2

이가미 2022. 8. 22. 09:32

 미노루는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쇼우네이와 함께 영화관에 간 적이야 몇 번쯤 있다지만 영화를 보려고 갔다기보다는 딴마음을 품고 간 것이기 때문에 번번이 허무하게 표 값을 날리고 오기 일쑤였다. 비록 어느 순간부터는 쇼우네이 또한 미노루의 흑심을 눈치챘지만 그 이후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그 뒤로도 둘은 종종 영화관에 갔다. 둘 중 누구도 “영화 따위는 됐으니 어두운 곳에 같이 앉아서 스킨십이나 하자”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위인은 아니었던 탓이다.

 그러던 둘이 영화관을 가지 않기 시작한 것은 봄쯤이나 되고서였다. 영화 따위보다 너와 몸을 붙이고 있는 게 좋다는 말을 꺼낸 것은 아니었다. 단지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될 만큼 평소에도 서로에게 닿아 있는 것이 익숙해졌기 때문이었다. 비록 여전히 조금은 부끄럽고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하지만 상대에게 팔을 두르거나 손을 잡는 것이 전보다 익숙해졌다. 이따금 가벼운 포옹이나 짧게 닿았다 떨어지는 입맞춤을 나누기도 했다. 때로는, 아주 가끔이지만 진한 포옹이나 키스 같은 것도 오갔으니 영화관은 졸업할 때도 된 것이다.

 그래도 가끔은 영화관에서 우물쭈물하며 상대의 눈치를 살피던 시절을 추억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둘은 둘 중 한 명의 집에 앉아 비디오테이프를 틀었다. 나란히 앉아서 영화를 보던 것도 잠시뿐, 이내 함께 영화를 보는 자세는 미노루가 쇼우네이의 품에 안기다시피 하는 것으로 고정되었다. 가끔 구색을 갖추고 싶을 때는 팝콘을 사 오기도 했다. 미노루는 영화 내용 같은 건 대충 흘려보내며 팝콘을 먹기도, 팝콘으로 손을 뻗어 온 쇼우네이와 우연히 손이 닿은 척하기도, 쇼우네이의 가슴팍에 기대기도 했다. 영화 한 편을 보고 나면 내용에 대한 기억은 없고 두 시간 동안 꼭 붙어 있던 기억밖에 남지 않았다. 그 또한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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