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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방울의 사랑

남자아이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설탕과 향신료, 그리고 근사한 모든 것들 그런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 아카츠키 쇼우네이는 유달리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그저 예쁘다, 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심히 아름다운, 꿈의 한 자락에서나 볼 법한 황홀한 것들에 종종 눈길을 주었다. 예컨대 햇빛을 받으면 호박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설탕 과자나 분홍빛을 한 스푼 더한 붉은 저녁녘의 구름, 예쁜 분홍빛과 보랏빛의 파스텔 가루를 흩어 놓은 듯 몽환적인 빛깔의 유니콘 따위가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아카츠키 쇼우네이는 마법소년이 되었다. 그럴듯하게 꾸며낸 가짜 따위가 아니라 정말로 마법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세간에서는 마법을 날 때부터 특별한 힘을 부여받은 사람들의 특권이라 칭했다. 사전..

기타 2022.07.14

후회는 검은빛을 띤다

아카시라(을)를 위한 소재키워드 : 시곗바늘소리 / 후회 / 정장을 차려입고 오래된 옷에는 삶이 덧대어져 있다. 시간이 흘러 닳고 해어진 부분마다 감정이라 불리는 천이 기억의 실로 수놓아진다. 학창 시절 내내 입은 교복에 청소년 시절의 추억이 스며 있는 것처럼 옷마다 저마다의 시간이 녹아 있기 마련이다. 그 중에서도 검은 정장에 얽힌 건 특별하다. 그 안에 깊이 배어든 건 장례식장의 기억이다. 장례식장 안을 소용돌이치듯 메우는 감정들은 옷 속에도 흠뻑 배어들었다. 슬픔, 울분, 절망, 미련, 회한……. 그 모든 감정을 아우르는 것은 결국 후회다. 후회는 여러 부정적인 감정의 총체다. 살아생전 못다 한 말, 상처를 주었던 일, 미처 함께하지 못했던 순간에 대한 후회가 한 사람의 죽음 앞에 여러 갈래의 감정..

기타 202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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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올게!" 아무도 없는 집 안에 다급한 주인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바른 대로 말하자면 아무도 없다고 단정짓기에는 어렵다. 나 또한 그 '아무'에 포함시켜 준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주인이 급하게나마 인사한 대상은 나라는 셈이 된다. 그리 생각하니 조금 기분이 좋아져서 야옹- 하고 한 번 길게 울었다. 그것이야말로 아무도 듣지 않았지만 말이다. 내가 있으면 있는 거지 왜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냐며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럴 만도 한 것이, 이 집에서는 내가 예외로 취급받는 일이 잦다. 지금 밥 먹을 사람 있냐는 물음에 아무리 야옹- 하고 울어 보아도 돌아오는 답은 '아무도 없네.' 따위의 것이었으니 내가 내 위치에 대해 이토록 조심스럽게 생각한대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왜 그런고 하..

기타 2022.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