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은 겨울의 상징이다. 떨어져내리는 빗방울이 차가운 공기를 만나 눈으로 변해 내리기 시작할 때면 사람들은 비로소 겨울이 온 것을 실감한다. 흩날리기 시작한 눈발은 뺨에 부드럽게 내려앉다가도 이내 차갑게 녹아내린다. 입자가 조금 성길 뿐 본질 자체는 얼음이니 차가운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이따금 눈이 따스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미노루에게는 바로 지금이 그랬다. 쇼우네이와 이래저래 일정이 엇갈려 오랜만에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둘이 만나기 전날 밤에는 유독 눈이 많이 내렸다.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이미 온 세상이 흰 눈으로 뒤덮인 뒤였다. 발이 푹 빠질 정도로 눈이 많이 쌓였지만 약속을 취소하고 싶지는 않았다. 쇼우네이도 비슷했는지 약속 시간이 다 되도록 연락 한 통 오지 않았다. 오늘은 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