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이면 유독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어쩐지 아침부터 우중충하다 했더니 어김없이 비가 쏟아진다. 이런 날에는 햇살보다 빗소리가 먼저 창문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방 안까지 들어와서 무겁고 축축하게 잠을 깨운다. 그 때마다 나는 괜히 창문을 닫아 빗장까지 건다. 커튼으로 창문을 막는다. 귓가를 때리던 빗소리가 잦아든 뒤에도 마음은 가라앉지 않는다. 일어나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두운 하늘을 핑계로 다시 눈을 감는다. 오 분만......이라며 누구도 듣지 않을 잠투정을 부린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간 목욕탕에서는 어린 직원이 죽상을 하고 한숨을 푹푹 내쉰다. "비 오고 추워서 손님이 오려나요......." 그러면 나는 입꼬리에 힘을 줘 아주 살짝, 끌어올린다. 그 작은 입꼬리가 세상의 어떤..